제목: 일상이 지루하시나요? 그럼 춘천에 들르세요..
이름:


등록일: 2005-06-24 21:55
조회수: 3777






사람이 살다보면 아무 이유도 없이 가슴이 답답하구, 머리가 무겁구, 속이 울렁거리구, 식은땀이 나구,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서 있기도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소심한 사람들은 혹여나 하는 생각에 병원 문턱을 드나들어 보지만 듣는 얘기는 그저 신경성이니 뭐니 하는 별 도움 안 되는 얘기뿐이기도 하지요. 답답한 마음에, 한동안 끊었던 담배라도 한 대 피워 물면 그나마 남아있던 기운마저 빠져나가면서 물먹은 스폰지처럼 푹 주저앉기도 합니다.. 제가 바로 그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증상은 비단 어른들만의 경우는 아니랍니다.
아이들도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게 분명하죠. 가끔 아이들이 이유도 없이 보채고, 한가지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혹 자기 표현을 좀 할 줄 아는 아이라면 심심하단 얘기를 자꾸하구,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먼 산 쳐다 보구 그러진 않나요? 아마도 그럴 때가 바로 그 증후군이 악화된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럴 땐 주저하지 말고 짐을 챙기세요..
멀리 가긴 힘드시다구요.. 서울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두어 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시죠. 운전하시기가 피곤하시나요.. 그럼 바로 인터넷이나 퇴근길 가까운 기차역에 들러서 표를 몇장 구하세요.. 물론 아이들 몫까지두요.. 역무원아저씨가 어디가시냐 묻거든 한 박자쯤 쉬었다 숨을 고르고 말씀하세요.. '춘천' 가려구요...



여행을 좀 가깝게 즐기시는 분이라면 일상이 조금씩 흔들리며 물결이 일 때 맘 편히 몸 맡길 곳 한곳쯤은 간직하고 있기 마련일텐데요.. 제겐 춘천이 그런 곳이랍니다.  
전 직장 때문에 유난히 추웠던 어느해 겨울을 춘천에서 보내며 이듬해 여름까지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의 그 기억이 아직도 아련하답니다. 여행 삼아 며칠 들르는 것하고는 많이 다르죠.. 새벽 두세시쯤  물안개가 서늘하게 가라앉아 주홍빛 가로등만 반짝이는 한적한 시내를 걸어보지 않으면 춘천의 그 속 깊은 매력을 맛보기 어려운 일이지죠. 저만의 생각이긴 합니다만^..^





춘천, 소리없는 축제..

가족들과 함께 특히 아이들과 함께 춘천에 오시려거든 봄이거나 아님 여름 한 복판쯤 축제가 열리는 때를 택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뭐 우리나라의 축제라는 것이 딱히 내세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춘천에서 열리는 마임축제나 인형극제는 좀 느낌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면 춘천은 조용히 들뜨기 시작합니다.
골목길, 아파트 놀이터, 장애인복지관, 할인점 마당 등등 도시의 곳곳에서 신기한 기운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죠.. 여행 온 이들에게는 좀 낯 설은 것들이지만 이 도시에선 모두들 꽤 익숙해져있는 일상 같은 일이랍니다. 그래서 도시는 축제임에도 매우 조용합니다. 이상한 일이죠. 축제가 일상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여행하는 이들이 당황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테니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축제가 열리는 동안 도시 구석구석은 당신 같은 여행객들이 곳곳에서 이 도시 사람들과 뒤섞여 축제를 즐기고 있을테니까요..





아 그리고 내처 축제를 즐기시려거든 무대가 깔끔히 마련된 호숫가 극장에서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조금 부지런을 보태셔서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에 함께 해보시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권해드립니다.
그곳이 놀이터건 골목이건 시내 한 복판이건 당신에겐 매우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좀더 쉽게 확인하실 수도 있을 거구요. 거기다 무료공연일테니 얄미운 생각이지만 꿩 먹고 알 먹기 뭐 이런 셈이지요..^^  
아 그리고 혹 이 도시사람들과 어울려 축제를 즐기시다 공연 주인공들이 당신을 불러내거든 너무 부끄러워 마시고 무대로 나가 보세요.. 이곳에서 그런 일은 매우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좀더 즐거워지실 겁니다.



축제가 잦아들고 저녘무렵 쯤 집으로 돌아가실때가 되니 좀 섭섭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어려운 걸음 들여 예까지 오셨으니 이 도시가 당신에게 권하는 먹거리 몇 개쯤은 드시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음.. 많이 출출하시다면 닭갈비를 맛보시는게 좋겠는데...
도시 한 복판 명동에 가시면 즐비한 닭갈비집들을 보실 수 있는데요,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죠. 많은 집들 중에 장사되는 집은 몇 곳뿐입니다. 좀 안타깝지만, 그래도 맛있는 집을 찾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우미닭갈비집을 찾아보세요.. 예전엔 허름한 모양새였는데 몇년전쯤에 새로 공사를 해서 부담스러울 만큼 근사해졌지요..
맛이란 것이 워낙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전 이 집의 닭갈비 맛이 여행객들에겐 부족하지 않은 흐뭇함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저 나름대로 지인들을 동원한 설문조사(?)에 근거한 것인데요.. 혹 여기서도 만족을 못하시거든 이 도시에서 맛있는 닭갈비를 맛보시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아 그리고 참고사항.. 춘천 닭갈비 일인분은 삼백그램이랍니다. 그러니 소식을 하는 분들이라면 세 명이 이인분 정도면 볶음밥과 함께 넉넉히 드실 수가 있을 겝니다.



닭갈비가 좀 부담스러우시거든 막국수도 괜찮은 선택인데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춘천의 막국수 맛은 그 '명성'에 비하면 매우 궁색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의 이름난 막국수를 맛본 여행자들이라면 모두들 동의하는 것이죠. 그래도 그 이름값을 묵묵히 해내는 맛집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겠습니다.  
춘천역에서 소양2교 쪽으로 가시자면 미군부대 울타리 끝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촌막국수라는 허름한 단층 음식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이 도시의 사람들이 알음알음 알고 있는 곳이라 뭐 번듯한 안내간판도 없는 까닭에 조심조심 살피며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여기 막국수는 손님이 들면 그제야 국수를 뽑기 때문에 좀 넉넉한 마음을 갖으시는 편이 좋지요. 그래서 그런가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유난히 많이 찾으십니다. 서글서글한 주인네 젊은 총각만큼이나 인심도 좋아서 양이 꽤 많으니 어지간한 분이라면 굳이 곱빼기를 시키지 않으셔도 좋구요.^^  
아, 한가지 맛있게 드시는 방법.. 육수는 주전자에 따로 나오는데요.. 물냉면처럼 너무 많이 부으면 맛이 없으니 자작자작할 정도만 붓고 먹는게 제일 맛있다는 것이 그 젊은 총각의 귀띔입니다.


이런 주절주절 쓰다보니  장편소설이 됐네요.
어째 기분이 좀 나아지셨나요?^^
혹 춘천행 기차표 구하시게 되거든
그 도시에 이르러 소리없는 축제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맘이 동할 때 선뜻 길 나설 욕심을 내지 않으면
여행에 관한 한,
새로운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늘 새로운 삶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 되길...
            
                  - 글/사진  뱃사공



  -목록보기  글쓰기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 이전글: 그래 좀 사치스럽게 살아보자 - 춘천 한치령 [3]
▽ 다음글: 티베트 여행이 사람을 바꿨다 (펌)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