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래 좀 사치스럽게 살아보자 - 춘천 한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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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5-09-08 18:57
조회수: 3286




한치고개를 넘었다.
참 오랫동안 벼르던 길이었다.
춘천 오가며 늘 봐두었던 길인데,
겨울엔 눈에 막히고 여름엔 비에 가려 선뜻 나서질 못했다.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하면 내내 서운하고,
그 서운함이 오래되면 병이 된다.



한치도 그랬다.
경강역 어디쯤을 지나면 난 늘 그 고개 마루에 연인이라도 두고 온 냥
차창 밖으로 한참 시선을 두어야했다.
이 정성으로 사람을 사귀었으면
속 깊은 친구 여럿은 족히 두었을 것이고,
그 정성으로 돈에라두 관심을 쏟았다면
벌써 남들보다 몇발짝은 앞서 재물을 모았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건 언제나 두렵다.
그것이 고속도로나 포장도로가 아니라
인적없는 옛길이거나 험한 산중 오솔길이면 더욱 그렇다.
그늘진 숲풀을 헤치고 갈라치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난 가끔 내가 왜 이런 길을 가고있나하는 생각에
헛웃음을 치기도 한다.
사람사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어찌 늘 바라던 대로만 살수야있겠는가.
원치 않는 길을 가기도 해야하고,
때론 그길이 험한 고생길이기도 한것이 인생아닌가..
그것이 위로라면 위로이겠지..

산틈 구석구석은 벌써 가을빛이 나더군..

고개마루 양지바른 곳에 세워진 비석엔
'육군0000부대 건설'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그들이 애써 길을 낸 덕에
내가 다리품 팔지 않고 차로 편하게 넘는 것이니
그저 고마워해야 할일이겠지만,
장비도 썩 넉넉치 않았을 시절에
고단했을 젊음들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내 주위 세상은 온통 가을 빛이더라
이 어수선한 세상에 왠 가을 타령, 빛깔 타령이냐고 나무라진말아라.
살갗으로 느껴지는 것을, 눈으로 보이는 것을 어쩌겠는가..

산 중턱을 끼고 도는 길 가엔 가을 꽃 한 무더기가 피어 있고,
들판엔 여문 벼들이 빽빽히 누렇고,
마을 입구엔 밤송이며 메밀꽃이며 '가을것'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노인은 이 동네는 물이 넘치지도 가물지도 않아서
참으로 살기 좋다며 청하지도 않은 마을 자랑을 한참 풀어놓았다.

가을타령은 사치일까?
그렇담, 그래 좀 사치스럽게 살아보자. 나도..




    - 9월, 춘천 한치령 넘어 가정리까지
                          
글,사진 : 뱃사공  
M O O D D A . N E T
* 뱃사공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1-0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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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영
가정리 우리 시골인데.....ㅎㅎㅎ
2006-12-29
01:20:54

[삭제]
미랑
멋져요. 꼭 가보고싶네요....
2007-07-14
00:55:31
우등생
스포티지가 참 부러워보이네요.. 저길을 나도 언제나 밟아보나요.
2007-09-16
01:10:4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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