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위로가 되어줄래?



펜션주인장으로 여름을 나는 일은 지루하다.

하여,
여름의 끝물, 채 가을이 기미를 비추기도 전,
마치 하안거를 마친 스님처럼 야릇한 해방감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손님들의 뒤를 쫓아 길을 나섰다.

만.항.재.
별들이 머리맡으로 떨어지는
해발 천삼백삼십미터 고지.

만항재를 이고 사는 만항마을은
쇠락한 광부들의 고향.
검은 땀이 흐르던 산자락은 야생화의 화원이 되었고
기울고 낡아가는 마을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꽃에 기대어 관광객을 부르려 했다.

쇠락한 탄광마을과 야생화 꽃잔치.
그 어울리지 않아야 할 것들이, 난, 기묘하게 조화롭다는 생각을 했다.
밥벌이를 찾아 수없이 몰려들었던 광부들과
한철 무리지어 피어오르는 지천의 들꽃은 동격의 윤회.

광부와, 광부의 아내와, 광부의 아이들,
삶과 죽음과 웃음과 눈물이,
꽃이 되고 풀이 되었다.

모두 떠나고 늙은 사연만 남은 마을,
이름도 알수 없는
꽃들아,
풀들아,
이제,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렴.


이천구년 구월
강원도 정선
촌장뱃사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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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 위로가 되어줄래?


사진가:

등록일: 2009-12-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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