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통영항

직장문제로 중국으로 이사 가는 누나네 짐을 가지러 거제도에 내려가는 길, 나는 영 엉뚱한 곳에 마음이 가 있었다.
통영항.
한국의 나폴리네 뭐네 하는 거창한 이유때문은 아니었고
그냥 살랑살랑 불어오는 남녘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그리웠던 것.

오감 중에 후각이 주는 기억이 무엇보다 강렬하다더니,
이십대 무렵 군대를 엉뚱한 곳으로 끌려가 뜻하지 않게 남녘바다의 안온한 공기를 맛본 후 그 냄새는 오래도록 머리속에 남아버렸다.
더구나, 이 찬바람 부는 강원도 산골에 불시착한 다음부터는 그 기억이 지독한 로망으로 변질되었으니.

늦은 밤, 통영항 귀퉁이에 앉아
나 여행자입네 하는 나른한 자세로 충무김밥집 골목 불빛과 살랑거리는 항구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더없이 행복했슴.

남녘바다 언저리에서 허우적허우적 바쁜 일상을 사는 벗들은 뱃사공의 모처럼의 사치스러운 여유를 너무 질투하지 마시길.
펜션주인장도 가끔은 여러분처럼 일탈이 필요할때가 있으니.


이천십년십이월
지난늦가을을뒤적거리다가
뱃사공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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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늦은 밤, 통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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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12-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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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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