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아이들과 함께 호숫가로 저녁 산책을 나갔다.
이 도시에 살면서 생긴 썩이나 낭만적인 습관.
딸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물가 잔디밭 위를 뛰놀았고,
아내와 나는 그 물결같은 웃음소리를 듣느라 잠시 밥벌이의 고단함을 잊었다.

..


서울의 자장을 뛰쳐나와 낯선 도시를 떠돈지 여섯해.
출렁이지 않는 호수가 처음엔 안온하더니
미동도 없이 가라앉은 풍경이 이제는 답답하다.

구멍 뚫린 유조선에서 새 나온 기름띠처럼
나는 벌써 몇해째 이 도시를 겉돌고 있다.
삶이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그저 풍경이 되어 버리는 것은 두려운 일.

저무는 물가에서
호수가 다시 흐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깊은 강이 되어
이 도시의 경계밖으로  멀리.



이천십년
춘천 의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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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깊은 강


사진가:

등록일: 2010-06-2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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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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