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두움 속 어디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삼십몇년전 지구로부터 쏘아 올려진 '보이저1호'라는 탐사선이 찍어 보내온 이 사진을 발견하고,
제법 선명하다는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모니터에 띄워 한참을 들여다보았지.
먼지닦개로 모니터 화면을 아무리 박박 닦아도 저 검은 공간 속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을거 같은 저 암흑의 공간이 나는 언제나 궁금해.
대학시절 성당 신부님과 고별주를 끝으로 종교를 가진 적이 없지만
이런 풍경에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그것이 곧 종교적 체험이 될때가 있어.

누가 나에게 어떤 장례식을 원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내 육신과 영혼을 실은 관을 저 미지의 공간에 띄워달라 부탁할거야.
이 말을 듣고 아내는, 두렵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저 어두움 속 어디에 우리의 삶을 설명해줄 실마리가 있다고 믿어.


* 1977년 발사된 보이저1호 녀석는 33년간 약 174억km를 여행해 지금은 태양계 끝에 서 있다는군.
곧 인간이 만든 물체로는 최초로 태양계 밖으로 나가게 된다는데, 수십년을 엄청난 속도로 내달려 고작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태양계 구석에 다다른 것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인간이 경험하지 못할 여행을 하는 너의 자유로움이 나는 더없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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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 어두움 속 어디쯤.


사진가:

등록일: 2011-05-15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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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을것처럼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모든것을 담고 있는 저 공간이 저역시 늘 궁굼해요.
2011-05-18
22:03:19

[삭제]


사실, 살면서 별을 너무 자주 보면 안되요.
발딛고 있는 세상에 대한 현실감을 잃거든요.

그래도 그 어떤것보다 위로가 될때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키 어려운 묘한 기운인데..
v2.0을 마무리하면 한동안 별이나 실컷 보러 다니면 좋겠습니다.
2011-05-19
22: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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