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교신 3
  

지지직,, 지지직,,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의 좋은 점.

홋카이도를 오로지 스미마셍 하나에 의지해 다녀왔듯,
영어라고는 중학교 입학해서 배운 아이엠어보이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한 상태로 암스테르담에 떨어졌으니 난감할만도 한데 사실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수 없다는건 의외로 여행의 몰입감을 키우는 작용을 하기도 하죠. 내 생각에만 쉽게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사십이 넘어 처음 국경을 넘었을 때 공항에 내려 우리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던  그 진공 같은 느낌이 오래 기억납니다. 마치 어항 속에 빠져 귀에 물이 꽉 들어 찬 기분이더군요.

암튼,, 덕분에 책을 읽거나 할 때 몰입감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다 책방 비슷한 곳을 찾았습니다.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도시락을 드시던 수염 긴 주인장께서 흔쾌히 들어오라고 합니다.
아 요 헌책방 냄새.

카메라를 둘러 맨 내 모습을 보고 사진 좋아하냐며 사진책이 있는 책꽂이 쪽으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영어든 네덜란드어든 까막눈이지만 사진집들이니 보는데 문제가 없군요.
마음에 드는 한권을 들고 나오니 주인장께서 이런저런 말을 부칩니다.

‘어디서 왔니?
‘한국에서요’
‘그렇구나. 가본적은 없지만’
‘아시아엔 가본적 있으세요?’
‘응, 인도랑 스리랑카 정도’

그러면서 책방 구석구석 붙여져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시는데..
이 어르신도 젊으셨을 때 바람이 되어 세상을 좀 떠도셨구나 라는걸 단박에 알수 있겠더군요.
젊은 시절 세상 곳곳을 떠돌며 찍은 사진들을 설명하는 눈이 감회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이런 책방이 자꾸 없어진다고, 나는 이메일도 스마트폰도 없다고, 손주들한텐 꼭 손편지를 받는다고, 뭐 이런 얘기들을 조곤조곤 해주시네요. 물론 저의 까막귀?를 위해 아주 쉬운 토막영어로.

좋은 여행 되라는 인사에, 저도 잠깐이지만 행복했어요 짧은 인사를 건넵니다.

...

까막귀로 국경 넘어 낯선 도시에 착륙했을 때 또 숨어있기 좋은 곳은 도서관이죠.
그래서 암스테르담 공립도서관으로 잠입합니다.
중앙역 옆에 우뚝 솟은 다소 딱딱한 건물을 들어서면..
거참 이 동네 사람들 디자인 감각이 참 뭐라 할말이 없네요. 예술입니다.
도서관이 이렇게 세련될 수도 있군요.

역시 글을 읽을 줄 모르니 사진집이 있는 서가를 찾아서.
그러다 창가 앞에서 발길이 멈춥니다.
이런,,
책을 보기 보다 풍경을 보아야 할 일이었네요.
편안히 감상하라고 의자까지. 세상에나.
책을 볼 생각도 못하고 내내 창밖 구경만 하다보니 해가 지게 생겼습니다.
여기는 마음껏 책 보고 가라고 당근을 던지는거 같군요.
공공도서관이 수험용 독서실로 전락한 우리 모양과 어째 좀 비교가.
암튼,, 덕분에 호사스럽게 도서관에 숨어서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이곳에 다시 오게 될거 같군요.
숨겨줘서 고마워.

이기
여행중 도서관구경! 해외여행을 가게되면 꼭한번식 위시리스트로 올라가는 로망중에 하나예요!!ㅎㅎㅎ
와...저런풍경의 열람실이라니 매일같이 가고싶을듯 싶어요.
체력적으로 신체적으로 여행을 한동안 못간다 생각하니 더욱더 아쉬워지는 동시에 가고싶어지네요.

16·11·10 18:20 수정 삭제

prol
음.. 서점 입구에 푸른 하늘색 위로 휘갈겨 쓴 듯한 간판이 흡사..
강촌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간판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네요.
어디든, 바람이 잘 부는 곳에 계시길.

16·12·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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