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열풍을 통해 확인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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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열풍을 통해 확인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빛과 그림자

                                               - 서정민갑의 뮤직코드
                                                               2014. 1. 13


故 김광석의 인기가 새해가 돼서도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6일로 사망 18주기를 맞은 김광석의 노래는 여전히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가 남기고 간 노래만이 아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세 편이나 제작됐고, 현재 두 편이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뉴가 제작하고 장진 감독이 연출한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는 스타 마케팅에 힘입어 매진되고 있으며, 2012년 대구에서 시작한 소극장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시즌 2로 탈바꿈한데 이어 2주간의 연장 공연까지 들어갔다. 팬들이 중심이 된 <김광석 따라부르기> 공연과 포크 뮤지션들이 중심이 된 <김광석 다시부르기> 공연 역시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JTBC ‘히든싱어2’는 김광석의 노래로 모창대결을 펼쳤으며,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에서도 김광석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음원과 TV, 뮤지컬, 책 등등으로 김광석이라는 컨텐츠가 확산되며 김광석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형국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18년이나 지났는데 왜 이렇게 김광석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먼저 김광석의 노래가 갖고 있는 보편성과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특별한 사람의 독특한 순간을 노래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나 겪게 되는 사랑과 이별, 외로움과 쓸쓸함을 노래했다. 그의 노래 가운데 상당수는 대중가요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랑과 이별의 노래였다. 그래서 성별이나 세계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수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김광석은 사랑과 이별 이외에도 인간으로서 성장하며 경험하게 되는 삶의 굽이굽이를 풍부하게 음악으로 담아냈다. 그는 삶에 대한 건강하고 낙관적인 의지를 노래하기도 하고, 군에 입대하고, 서른이 되고, 늙어가는 등등의 삶의 소회를 노래로 담아냄으로써 사랑과 이별의 순간만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을 자신의 노래로 투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정한 순간만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순간에 들을 수 있을만큼 보편적이고 스펙트럼이 넓은 노래를 만들어냄으로써 수시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김광석의 노래는 아침에 들어도 좋고, 한낮에 들어도 좋으며, 한밤에 들어도 좋다. 기쁠 때 들어도 좋고, 슬플 때나 외로울 때 들어도 좋다. 한국대중음악에서 한 뮤지션의 노래로 이만큼 품이 넓은 노래는 결코 흔하지 않다.

                

  게다가 그가 택한 장르는 어쿠스틱 장르인 포크였다. 포크는 다른 장르에 비해 사운드가 격하거나 비트가 빠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가사 역시 잘 들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특별한 음악적 훈련이 필요하지 않았다. 록이나 재즈, 힙합처럼 계속 들으면서 익숙해져야 비로소 좋아지는 장르가 아니었다. 포크 음악은 이미 40여년전에 자리 잡은 친숙한 장르였고, 부담스럽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았다.

그러나 김광석이 포크 음악을 하고, 사랑과 이별을 비롯한 삶을 노래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만 본다면 비슷한 메시지를 노래한 포크 뮤지션과 김광석의 차이가 해명되지 않을 것이다. 김광석은 분명히 다른 포크 뮤지션과도 구별되는 김광석만의 매력이 있다. 그중 첫째는 언제 들어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또렷하고 울림 깊으며 힘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보컬이다. 김광석의 보컬은 노래패 연합 메아리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을 비롯한 수많은 라이브로 다져진 것으로서 포크 음악답게 꾸밈이 없으면서도 연약하지 않고 내지를 때와 가라앉을 때, 감싸 안을 때 모두 그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강도와 울림을 적절하게 만들어낼 줄 아는 탁월한 보컬이었다.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동시에 호소력이 있는 목소리는 포크 음악과 민중음악 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김광석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또한 김광석의 노래 가운데 다수는 스스로 만든 곡이 아니었지만 곡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다. 강승원, 김창기, 김목경, 한동헌을 비롯한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들이 써낸 좋은 가사와 곡들을 골라 노래할 줄 앎으로서 김광석은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진가를 온전하게 발휘해냈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좋은 곡을 고르거나 만날 줄 모르는 이들과 김광석이 비교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김광석 노래의 인기는 보컬과 음악의 힘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어차피 음악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김광석의 보컬을 다른 뮤지션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곡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광석이 인기가 있는 것은 김창기나 박학기, 임지훈 같은 동시대의 포크 싱어송라이터보다 더 노래를 잘했기 때문이라거나, 비슷한 감성을 노래하고 있는 현재의 뮤지션보다 더 노래도 잘하고 곡도 좋아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떠한 근거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김광석이 지금 어떠한 코드와 이미지로 소환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와 활동, 그리고 때 이른 죽음으로 순수하고 진지하며 진실한 젊음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실제 그의 노래와 삶이 그렇기도 했지만 다른 식의 노래와 삶으로 달라지기 전에 세상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가 변질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영원히 맑고 진지하며 진실한 젊음(혹은 인간)이라는 이미지의 상징자본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한 때 젊음이었거나 지금 젊음인 이들 모두가 그의 노래를 통해 자신의 젊음을 소환하거나 젊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대를 아우르며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젊음과 노래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한 축은 바로 김광석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30대 후반 이상의 세대였다. 김광석이 활동했던 1990년대 초중반에 형성된 그 세대의 음악 취향을 현재의 주류 음악들이 거의 대변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자신의 취향을 바꾸지 않고도 좋아할 수 있는 드문 음악이었다. 김광석의 노래는 이미 과거에 히트해서 잘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에 새롭게 학습할 필요도 없이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음악이었다. 기성세대가 지닐 수밖에 없는 문화적 보수성을 뒤흔들지 않아도 좋은 음악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30대 중반 이상의 세대들을 비롯한 대중들과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과의 분명한 거리이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분명 김광석과 비슷한 감성으로 좋은 노래를 하고 있는 뮤지션들 - 가령 강아솔, 백자, 시와, 이장혁, 장필순, 하이미스터메모리 같은 뮤지션들 - 이 있음에도 그 누구도 김광석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뮤지션들이 김광석만큼 노래를 잘하지 못하거나 김광석만큼 좋은 음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주류 매체에서 다양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어지간히 음악을 열심히 찾아듣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이들의 노래는 몰라서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김광석을 만나는 대신 과거의 김광석만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죽은 김광석만 영원히 살고, 현재의 김광석은 가려진 시대. 그래서 김광석의 인기는 한국 대중음악의 빛이자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김광석이라고 이런 현실이 좋기만 할까?
  죽은 가수의 살아있는 음악 1045
  광석이 형, 당신의 노래는 애달픈 양식 - 한겨레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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