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아릿한 떨림, 끝나지 않은…(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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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아릿한 떨림, 끝나지 않은…
1월6일 10주기





내년 1월6일이면 가수 김광석(1964~1996년)이 목을 매 숨진 지 10년이 된다. 그 동안에도 사람들은 실연한 뒤 ‘사랑했지만’을 떠올리고 ‘서른 즈음에’로 떠난 청춘을 아쉬워했으며 ‘일어나’에서 위안을 얻었다. 124만260차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태진미디어 노래방기기로 그의 노래가 불려진 횟수다.

하회탈 같은 미소와 낭랑하며 구슬픈 목소리…. 그의 이미지는 한번쯤은 누구나 가졌던, 살아가며 읽어버린, 그러나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맑은(혹은 맑았던) 젊은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소극장―광장과 밀실 사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이른바 민중가요 노래패와 그룹 ‘동물원’을 거쳐 김광석이 솔로 앨범들을 내놓았던 1990년대 초반은 문화적 전환점이었다. 새로운 흐름을 내건 가요들은 군중 속의 외로움, 흔들리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토해냈다. 시선은 개인의 내부로 향했다. ‘넥스트’의 ‘외로움의 거리’, ‘서태지와 아이들’의 ‘수시아’ 등에도 이런 자취는 또렷하다.(이영미 <한국대중가요사>) 광장은 해체되고 밀실의 고독은 깊어갔다.

김광석은 개인과 우리의 고민을 아울러 노래했다. 이별의 고통, 세상 앞에 나약한 자아에 대한 연민 등을 절절한 목소리에 담았다. 서정민갑 민족음악협회 간사는 “386세대에게 민중가요가 채워주지 못한 개인적인 위안과 공감을 줬다”고 말했다.

3집(1992년)과 4집(1994년), 그리고 한대수의 ‘바람과 나’,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 양병집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까지 끌어모은 <다시부르기1·2>(1993·1995년)에서 그는 우리의 문제로 시선을 다시 돌린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은 “80년대 우리의 정서와 90년대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김광석의 노래엔 모두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래들을 김광석은 1000차례에 걸쳐 서울 동숭동 소극장 공연에서 풀어놨다. 공동체에 대한 향수와 개별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절충적인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와 소통했다.





통기타―향수와 머뭇거림


그는 한대수, 김민기 등 이른바 비판적 포크의 맥을 이으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받은 마지막 계승자로 꼽힌다. 그의 3집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와 같은 시기에 발매됐다. 이어 듀스 등 댄스그룹과 넥스트 등 록밴드가 기세를 펴며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대중음악의 문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김광석은 이전의 문법을 지탱해준 인물”이라며 “전면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김광석의 노래로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판적 포크의 고갱이는 낭만보다는 사실성이다. ‘이등병의 편지’는 군대로 떠나는 청춘들의 이야기였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삶을 지탱하느라 허리가 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사랑 노래 속 화자들은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그날들’)라며 떠나보내지도 잡지도 못하는 나약한 개인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저항하지도 못하며 수동적으로 관조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사실적인 모습은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공감거리가 됐다.





30살―청춘의 소멸과 남은 희망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서른 즈음에’) ‘회귀’ 등 그가 부른 노래에는 빛나던 청춘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아로새겨져 있다. 희망과 의지에 대한 확신은 주름이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춰간다. 이는 386세대의 후일담 정서와 맞닿아있다. 임진모는 “민주화 투쟁을 했던 세대의 고단함, 세상을 보는 실망감이 김광석 노래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초라한 자아에 대한 절망감은 그만의 것은 아니다. 이영미는 <한국대중가요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1990년대 신세대들은 자신도 세상의 오염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노래에서 순수의 표징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점은 김광석의 노래엔 ‘열정의 시대’를 향한 동경과 차마 버리지 못하는 희망이 내비친다는 것이다.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라면서도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일어나’)라고 부추긴다. 그의 노래는 한번쯤은 삶에 지칠, 그래도 쉽사리 포기 못할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래서 그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형이고 친구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2000년)에서 오경휘 인민군 중사(송강호)는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라며 술잔을 기울였다. 가수 박학기, 김건모 등이 참여한 <김광석 앤솔로지1>(2001년) 등 헌정 앨범들이 줄줄이 나왔고, 최근엔 10주기를 맞아 대표곡을 추려 담은 <김광석 베스트>가 발매됐다. 그의 노래들로 꾸미는 뮤지컬 ‘나의 노래’(가제)가 기획되고 있으며 내년 1월말께는 위성디지털방송 오디오 채널44에서 미공개 라이브 음원을 방송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팬클럽인 ‘둥근소리’는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내년 2월에도 공연을 열고 그를 추억한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우리가 잃어버린 뜨거움이여 1086
  나는 김광석의 슬픈 노래가 좋다 <펌>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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