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바람이 전하는 편지 - 열두울  



- 이제서야, 메밀꽃 필 무렵


계절을 넘길 때 으레 하는 말들이란,
'벌써' '어느새' 뭐 이런 단어들을 수사로 쓰기 마련인데
참으로 지독한 여름을 보낸 올해는
원망 반, 안도 반, '이제서야'라는 말을 안 쓸수가 없군요.

무이예술관 입구 언덕밭에 메밀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제야 가을이 오느냐는 원성을 듣기라도 하는지
하루가 다르게 꽃이 만발이네요.

숨돌릴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벗들은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을 맥주 한 캔 홀짝이며 걸으면
박카스 같은 치료효험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쯤에서 소설 속 한 구절을 읊어 드리는 센스~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여행결핍증후군임상치료펜션
여행자들의 벗 바람이 불어오는 곳..
뱃사공 드림.


.
 

page : prev [1]..[11][12][13][14][15] 16 [17][18][19][20]..[27] next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Neotu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