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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전하는 편지 - 열하나  



터미널로 픽업을 다녀오는 길,
흥정계곡에 들렀다.

우선
적당히 마르고 따뜻해 보이는 바위를 골라 털썩 주저앉고,
땀 찬 양말을 홀랑 벗어버린 다음,
바지 밑단을 둘둘 말아올린 후,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금세 종아리로 솔솔 찬바람이 불고,
조금 있음, 등짝까지 시원한 기운이 스며든다.

엊저녁엔 도시 사는 친구녀석들이 퇴근길에 전화를 걸어와
'평창 산구석에 쳐박혀 마치 강원도사람인냥 뭐하는 짓이냐'고 타박을 했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아주 가끔,
이 비루한 삶에도 더이상 바랄것 없을때가 있는데
계곡물이 기꺼이 내 땀 난 발을 씻어줄 때가 그러하다.


일상에 파묻혀 호흡이 가쁜 벗들도
지독한 여름이 가기 전
이런 호사를 함 누려보심이 어떠하올런지?



이천십년 여름
강원도사람인척
망명객 뱃사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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