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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전하는 편지 - 세엣  






- 잠시, 꽃구경



글에도 단맛이 난다더니 이런 걸 두고 한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잘 찧은 햅쌀 한웅큼 입 속에 털어 넣고 한참을 씹고 있자면
입안 가득 배인 단맛이 한 반나절쯤은 입 언저리에서 맴도는 그런 기분..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가을,
잠시 꽃구경에 넋을 놓아도 호사스럽지 않은 계절.



이천구년
메밀꽃 필 무렵
촌장뱃사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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